닭곰탕 한 그릇 먹고 싶네
싸락눈 날리는 섣달그믐의 오일장터
느닷없이 닭이 우네
심장 위로 뽑아 올린 선홍빛 꽃송이
벼슬이 장엄하네
두 다리 묶인 그 닭 팔려가네
반쯤 감긴 닭의 두 눈 속에서
나를 보네
대구장대*로 끌려가는 수운을 보네
그러니까, 육십갑자의 으뜸 해
갑자년 삼월 초순이라지만
봄은 멀고
새벽은 오지를 않네
문간방 박 서방네 장독을 깨뜨리며
쓰러진 풀잎들을 짓밟으며
그렇게, 눈발 몰아치네
무명 홑옷을 걸친 반도
피가 돌지를 않네
피가 먹고 싶어
사랑하는 이의 뜨거운 피가 먹고 싶어
반도의 고픈 풀뿌리들의 쉰 목소리
울며 울지 않으며
가부좌 틀고 듣고 있던 삼층관을 쓴 사내
자리를 털고 일어나네
목울대를 울리네
꼬꼬고우
어둠을 밀치며 대구장대로 가네
빠지직빠지직 얼음웅덩이 헤진 짚신으로 밟으며
굿판에 차려놓은 재단으로 오르네
인파 속으로 사라진
장닭 한 마리를 생각하네
툭, 꽃이 지겠네
선홍빛 수액 뚝 뚝 흘리겠네
무명천 위 그 피
봄바람을 일으키겠네
싣고 온 쪽파는 제값 받기 글렀고
닷새 후면 설인데
생선 몇 토막 과일 몇 개는 사야할 텐데
배는 고프고
젠장, 밥 말아 간을 친
뜨끈한 닭곰탕 한 그릇 먹고 싶네
* 대구장대: 1864년 3월 수운이 순도한 곳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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